
(㈜KOSCOM 상임감사)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지원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나 만족도는 저하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OECD의 Government At a Glance(2025)에서도 이러한 역설적 현상에 주목하여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이 국민의 기대 수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민간 부분의 서비스 수준이 신기술을 활용하여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종합적인 품질 제고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품질 문제 뿐 아니라, 정부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구체적인 서비스나 지원을 제공하는 궁극적 목적은, 국민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풀고자 하는 문제는, 종합적인 처방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서비스나 지원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법을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에 정부의 조직은 개별 정책영역이나 업무 영역별로 수직으로 구분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무원은 각자가 맡은 일만 규정에 따라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 이러한 전통적 형태의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의 접근법이 크게 기여했다. 공공 부문의 성과관리와 평가 강화도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신공공관리에 기반한 공공부문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의 서구 국가에서는, 연통(stovepipe) 형태 조직 기반의 업무는 효율성이 개선되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문제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직이 협업하여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정책과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거버넌스와 예산제도를 구축하여야 한다. 성과관리와 평가제도도 국민을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 중심으로 디자인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다수의 부처가 협업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체제를 수립하고 시행하는 시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협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부업무평가에서도 다부처 과제를 별도로 평가하고, 협업 실적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시도가 있었다. 다수 부처를 아우르는 주요 정책 분야별 위원회에서도, 협업을 촉진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산당국도 협업 예산을 편성하는 시도를 하였고, 핵심재정사업 성과관리를 통해서 성과관리를 추진하였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외부 평가단에 의존하는 기존의 성과관리와 평가 방식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사업/정책 기획과 실행에 내재화되어 학습을 통한 환류 기반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견인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창출을 견인하는 성과관리와 평가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기획과 운영의 거버넌스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정부 내에 역량과 유인 체계를 내재화시켜서, 개별 조직이나 사업 중심의 사후적인 성과관리와 평가를 넘어서, 국민이 원하는 문제를 협업하여 적시성 있게 해결하는 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