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을 넘어: 정부 성과평가제도의 연계와 통합이 필요하다

오영민 교수
(동국대 행정학과)

정부 평가제도의 중복 문제는 단순히 행정 효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현장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의 정부부처들은 매년 늘어나는 수많은 평가와 형식적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법령과 규정에 근거하여 개별적으로 신설되는 평가제도들은 부처의 정책이나 사업 효과를 제대로 드러내기보다, 평가 담당자들에게 업무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

실제로, 국무조정실 주관의 정부업무평가,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 부처별 자체평가, 그리고 사회보장 등 다양한 분야별 평가가 별도로 설계·운영된다. 이러한 평가들은 서로 유사한 지표와 방식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기준이나 목적의식 없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일한 사업이 여러 기준과 시기에 중복 평가되면서,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과 행정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예를 들어, 한 지자체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 담당자는 재정사업자율평가, 지역균형발전평가, 중소기업지원사업평가 등 여러 평가를 동시에 받는 부담을 토로 한다. ​

이처럼 중복된 평가제도는 정책 집행 현장의 피로감을 심화시키고 평가 그 자체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행정 현장에서는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컸으며, 실제로 평가 결과가 정책 개선이나 예산 집행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원래 ‘성과 관리’와 ‘환류’라는 정책 평가의 본래 목적은 흐려지고, 실적 관리와 형식적 보고서 작성에만 매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최근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것은 평가제도의 통합과 연계이다. 먼저 유사한 평가제도 간 통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평가조정기구를 설치하여 개별정책이 하나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고 평가의 신설·변경 시에는 반드시 조정기구의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물리적인 통합이 어렵다면 평가제도간 평가방식과 환류의 연계도 검토할 수 있다. 다양한 평가제도의 결과가 예산·인사·정책개선에 공통으로 환류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각 개별 평가 사용하는 평가 지표를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여 공통지표로 사용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합동평가 모델처럼 여러 평가를 한꺼번에 모아서 공통으로 평가를 수행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평가제도의 목적은 평가 자체에 있지 않다. 평가를 통한 지속적 정책 개선, 실질적 성과 창출, 그리고 국민에 대한 설명책임 제고라는 공공성 회복이 필요하다. 연계·통합과 표준화, 그리고 평가 결과의 실질적 환류가 확보될 때야말로 평가제도가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성과와 혁신의 촉진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