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정부업무평가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근거해 정부업무평가위원회가 설치되어 운영된 지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업무평가위원회와 실무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은 평가의 생명인 공정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 축인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객관성, 이해관계 회피, 투명성 원칙이 잘 준수되어야 한다. 먼저, 객관성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사전에 설정된 평가지표와 기준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질 때 확보될 수 있다. 둘째, 이해관계 회피는 평가대상 기관과의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위원을 배제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평가단을 구성할 때 고액 용역 수주자, 평가대상 기관의 자체평가 위원은 평가위원으로 위촉하지 않고 있다. 끝으로, 투명성은 평가과정과 결과를 평가대상 기관과 국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외부 감시와 검증이 가능하도록 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평가결과의 대국민 공개 부분에서는 개선해야 할 소지가 있다.
다른 한 축인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참여성, 적실성, 일관성 원칙이 잘 준수되어야 한다. 먼저, 참여성 확보인데 이를 위해서는 평가대상 기관의 의견제출 기회와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여 평가가 평가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평가자의 참여하에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적실성의 확보인데 평가기준이 타당하고 실현가능한지, 그리고 평가결과가 실제 정책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환류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평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사한 기관에 대해서는 동일 기준을 적용하고, 평가기준의 급격한 변경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결국 평가의 생명인 공정성과 수용성 확보는 평가의 주체인 정부업무평가위원회, 국무조정실의 정부업무평가실에서 위촉하는 정부업무평가단, 그리고 정부업무평가를 지원하는 한국행정연구원 내 정부업무평가지원센터의 전문성 확보에 달려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업무평가를 위해 매년 전문가를 위촉하여 평가단을 구성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IPA (Infrastructure Projects Authority)나 캐나다의 CEE(Centre of Excellence for Evaluation)와 같은 평가전문기관을 설립해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고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평가 시 항상 평가자는 1종 오류(잘한 것을 잘못한 것으로 평가)와 2종 오류(잘못한 것을 잘한 것으로 평가)를 범할 수 있는데, 이 중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바로 1종 오류가 발생할 때다. 이렇게 될 경우, 우수한 피평가기관의 사기를 저하시켜 장기적으로는 정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또한 독립성 측면에서 보면, 정부업무평가지원센터가 피평가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명실공히 중립적 관점에서 평가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설치하고 그 기구 내에 위치시켜야 한다. 그리고 인력 규모면에서도 정부업무평가지원센터는 너무 취약하다. 인원을 확충하고 최소한 연구위원으로 정규직 박사급 1인(석사급 연구원 2인 포함)이 2-3개 부처를 관장하여 오랜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하고 정책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AI 시대를 맞아, 정부업무평가시스템도 거버넌스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무조정실 내 정부업무평가실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평가자료를 한국행정학회를 비롯한 메이저 학회에 비실명으로 개방하고 전문가 분석을 거쳐 사회난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정책자문을 받을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