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학박사 김흥률
최근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사회·경제·행정 전반의 운영 방식을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2년 말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AI는 정보 검색을 넘어 문서 작성, 추론, 의사결정 지원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공공부문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행정서비스 혁신과 정책 수립에 AI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다각적 모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AI는 감사인의 업무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공공감사의 방식과 역할 자체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게 된다.
AI 기술의 최근 발전 동향
최근 AI 발전의 가장 큰 특징은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이다. 과거 AI가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데이터를 분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AI는 방대한 문서를 이해하고 요약하며, 질의응답과 보고서 작성, 복합적 추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AI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등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이 수행하던 많은 분석 업무를 AI가 보조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Agent) 기술은 말 그대로 사용자의 대리인이 되어 단순한 답변 생성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일련의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방대한 데이터와 문서를 다뤄야 하는 감사 분야에도 예외없이 매우 큰 활용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AI가 공공감사에 미치는 영향과 활용 가능성
공공감사는 본질적으로 기관 운영의 합법성, 합규성 및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요인을 식별하고 증거자료를 수집·분석하여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과 판단 지원 능력을 갖춘 AI는 감사 업무 전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다.

첫째, 감사계획 수립 단계에서 AI는 위험기반 감사(Risk-Based Auditing)를 고도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감사인의 경험과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여 감사 대상을 선정하였다면, AI는 경영·재무·민원·언론보도·내부통제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기관의 위험 수준을 평가하고 잠재적 부정 징후를 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감사 자원을 고위험 영역에 집중하는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감사계획 수립이 가능해진다.
둘째, 감사 수행 단계에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여 이상 거래나 부정 가능성을 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약·구매·예산 집행 데이터에 대한 패턴 분석을 통해 특정 업체 편중, 분할 계약, 비정상적 지급 행위 등을 자동으로 식별할 수 있다. 또한 수천 건의 회의록, 계약서, 규정 및 보고서를 단시간 내에 분석하여 감사인이 놓칠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증거 분석 과정에서도 AI 활용이 가능하다. 회의 녹취록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핵심 발언을 추출하거나, 관련 문서와 연결하여 증거 간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감사인의 사실 확인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
넷째, 감사보고서 작성 단계에서는 AI가 주요 감사결과를 요약하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감사인은 AI가 생성한 초안을 검토·수정함으로써 보다 전략적인 판단과 품질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AI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공공감사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감사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수행되는 사후적·표본 기반 감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이 고도화되면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한 상시감사(Continuous Auditing)가 가능해질 수 있다. 예산 집행이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 위험 신호가 발생하면 즉시 경고를 제공하고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감사의 역할이 변화할 수 있다.
또한 미래에는 AI가 감사계획 수립, 리스크의 평가, 증거 수집과 분석, 보고서 작성 등 감사 전 과정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감사인은 AI가 제시한 결과를 검증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역할이 재정립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감사인의 역할은 반복적 검사자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판단자이자 윤리적 감독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