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의 성과와 대시민 책임성에 관한 소고

이석환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공공부문이 성과를 내고 결과를 창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공공조직들은 제한된 자원으로 어느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여 투자할 것이며 이렇게 자원을 배분한 결과 어떠한 성과를 냈고 어떠한 의도했던 결과가 달성되었는지를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만약에 이러한 성과와 결과를 내는데 불성실했다고 느끼거나 만족하지 못했다면 국민들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하여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논의와는 달리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선거제도가 시민들로 하여금 정부에 대해 올바른 견제를 하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 선거를 통하여 출마자들은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자신이 당선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게 되는데 이러한 공약은 최종적 결과이기 보다는 투입에 해당하는 약속들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본인이 당선되면 GTX를 설치하겠다, 교량을 건설하겠다, 신공항을 유치하겠다 등등 자원의 투입에만 집중을 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투입이 해당지역에 큰 경제적 가치를 일으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경우에 이러한 투입들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예산낭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인 시민들은 결과를 내놓지 못한 공약을 보고 다음선거에서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다시 시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투입공약을 찾아다니게 만든다. 즉 성과와 결과에 기반한 선택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선출직 기관장들도 의원들도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아무도 결과에 관심을 갖지 않고 투입에만 매달리는 선거가 계속된다면 그 비용은 온전히 다시 국민에게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이 성과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성과데이터를 중심으로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유권자들에게도 알기쉬운 성과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중앙정부, 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이 자신들의 성과평가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결과보고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정부기관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대표할 수 있는 소수의 대표성과지표를 선택하고 이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써서 공개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예를들면 “연말까지 18세에서 44세에 이르는 여성들의 80%가 부인병 관련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겠다” 라는 말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성과지표이다. 어려운 말로 축약해서 명사형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전달한다면 그것은 소통이 불가능해 진다. 성과지표는 정부와 시민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소통언어(communication language)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들의 성과관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전방위적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